2025년 6월, 정부는 약 30조 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내수 부양이 주요 목적이었고, 민간소비 진작과 건설 분야에만 약 14조 원이 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재정 지출이 있다고 해서 소비가 무조건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월급이 올라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하기도 하고, 반대로 급여가 오르자마자 외식과 쇼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도 있죠.
바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려면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한계소비성향(MPC)이란?
소득이 1원 증가했을 때 얼마를 소비에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100만 원 올랐을 때 80만 원을 소비했다면 그 사람의 MPC는 0.8입니다. 이 수치는 경제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MPC와 MPS의 관계
반대로 소비하지 않은 나머지 금액은 저축으로 돌아가는데, 이걸 한계저축성향(MPS)이라고 부릅니다. 공식은 단순합니다.
MPC + MPS = 1
즉, 소비가 많아지면 저축은 줄어들고, 소비가 줄면 저축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개인의 재정계획에서도, 국가의 거시경제 전략에서도 이 공식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한계소비성향 결정요인
저소득층 vs 고소득층 소비 패턴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 성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저소득층은 생계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소득을 소비에 쓰기 때문에 MPC가 높은 반면 고소득층은 기본 생활비를 이미 충족한 상태라, 추가 소득은 대부분 저축이나 투자로 흘러갑니다.
예를 들어, 월 200만 원 받던 근로자가 20만 원 인상됐을 때 대부분 식비나 대출 상환에 쓰게 됩니다. 반면 월 800만 원 받는 사람이 100만 원이 더 생겨도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라이프스타일과 심리적 요인
가족 구성, 건강 상태, 미래 계획 등도 영향을 줍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교육비로 지출이 집중되며, 독신자는 여행이나 자기 계발에 소비하는 경우가 많죠. 또 경기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혹시 몰라’ 저축을 선택하게 됩니다.
재무설계에 활용하는 법
소비-저축 밸런스 잡기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사람은 소비 중심의 삶을 사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낮으면 현재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죠.
핵심은 ‘균형’입니다.
월급이 올랐을 때 전부 쓰지 말고, 일정 비율만 소비로 돌리고 나머지는 장기 목표를 위해 저축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 추가 소득의 70% 소비, 30% 저축.
정부 정책 방향
재정지출의 효과는 MPC에 달렸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시중에 풀어도 국민의 소비 성향이 낮으면 실질적인 내수 회복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배정하게 됩니다. 예컨대, 지역사랑상품권 지급이나 저소득층 긴급 생활비 지원 등이 효과적인 이유입니다.
중산층의 소비 여력 하락
2019년 중산층의 MPC는 90.8%에 달했으나, 2024년엔 81.8%로 감소했습니다. 중산층이 예전처럼 ‘지갑을 여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으로, 각종 공과금, 대출,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든 탓이 큽니다.
2025년 추경안에 대한 평가
내수 회복을 목표로 한 2025년 6월 추경안은, 중산층의 MPC 하락으로 인해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에도, 현재 소비 심리가 차차 회복되면서 민간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돈을 푸는 방식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는 없겠죠. 심리적 불안 요소를 해소하고, 가계 재무 안정을 도모하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 재무전략에 MPC를 반영하자
민생지원금을 받았다면 즉, 갑작스러운 수당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는 순간이 바로 실전입니다.
재무설계 팁
- 예상 수입 증가분은 미리 예산을 세워 소비와 저축 비율을 정해두기
- 가계부를 통해 자신의 소비 성향 파악하기
- 지출이 몰리는 항목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하기
소득보다 중요한 건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마무리
한계소비성향은 단순히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수식이 아닌, 오늘 저녁 외식을 할지 말지, 휴가비를 쓸지 저축할지를 결정하는 우리의 행동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효과도, 경제의 활력도 결국엔 개개인의 소비심리에서 시작됩니다. 이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건강한 재무 생활과 더 안정된 경제 환경에 기여할 수 있어요.